#nemo.wish. 200x134cm Digital Pigment Print, Facemount 2016
Description
기획의도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린다의 반대말은 무엇이었을까. 그 반대말을 찾아 나는 수년간 헤매었다.
마치 장님과 같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었다.
볼 수 없음은 그저 반대말을 찾게 만들었다.
나는 반대의 반대 속에서 비틀리고 휘어져갔다. 비틀리고 휘어짐은 내게 낯설지 않은 것이었다. 흔들리고 있었던 것은 익숙함이었을지 모른다.
돌아가고 싶었다.
나는 그저 네게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렸던 그림자로, 그러나 가볍지는 않았던 때로 난 그저 돌아가고 싶었다.
어린 나는 더욱더 어려지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어리지 못한 나는 더욱더 어려지지 못했다. 모름을 동경하던 나날이었다.
흔들린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었다.
흔들리던 나는 더욱더 흔들리기로 작정한다.
아름다운 세상은 부분이었으니까
아름답지 못한 세상도 부분이었으니까
흔들리던 나는 반대의 반대 속에서 다시 반대를 찾기로 결심한다. 반대의 반대 속에서 반대를 찾지 않기로 결심한다.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돌아가고 싶지 않다.
흔들린다는 건 어쩌면
무너진 모래성을 다시 쌓을 수 있다는 말.
이제야 난 네게로 돌아갈 수 있다.
-제가 보는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름답지 못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삶이 있었고, 수많은 감정이 머물렀습니다.
저는 그저 순수한 날들을 살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러워져가는 저를 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어렸던 날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무심코 떨
어진 검은 잉크에 저는 어렸던 날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음으로 생긴 욕구 불만은 저에게 서 확장되어 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은 모나고 검은, 불투명한 것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직 그것만 보려 했습니다. 자위하기 위해 모든 어두운 면만 보려했습니다. 그럴수록 순수한 날들에 대한 그 리움도 커져만 갔습니다.
길을 지나가다가도, 뉴스를 보다가도, 데모와 노숙자, 폭력과 비방, 아이와 죽음, 질투와 거짓말. 모든 단어는 모나 기 시작했습니다. 삶이 모나기 시작했습니다. 추억은 후회로 변했고,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잔상으로 남기 시작했습니다. 오갈 데 없는 감정의 간극은 스스로를 망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졌을 때, 길가에 서있는 가로등은 문득 위안을 주었습니다. 어째서 난 이 가로 등에 위안을 얻었을까. 매일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빛을 밝히는 가로등, 어둠이 찾아오면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가 로등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겁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감정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 단어에, 세상에, 나와 타인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의문을 품 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것인 동시에 아름답지 못한 것. 저는 그것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양립 할 수 없는 것과 부분을 전체로 보는 일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순수한 날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가는 것, 그러나 그러한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대한 답을, 돌아갈 수 없음에 대한 반향을 찾으려 한 것입니다.
작가노트
모래사장에 작았던 아이가 있었어. 부드러운 햇빛, 조용히 앉아있던 아이는 작은 돌로 그보다 더 작은 네모를 그렸 지. 아직은 둥글었던 시간. 수평선 너머 빛나던 파도는 아이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저 멀리서 그쳐버렸어. 네 손이 내 몸에 닿았을 때, 둥글지만 둥글지 못했던 어두운 저녁은 어느 어두운 낮보다 더 아름다워지기 시작했지. 희미했던 것이 선명해진 걸까. 작았던 네모는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어.
바다 저 깊은 곳에 흘러들어간 빛을 따라 헤엄쳐 들어가 보았어. 어두운 곳을 밝히는 빛은 어쩌면 아름다운 것이었 을지 몰라. 더 추해지기 위해,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늘 네가 있었는지도 몰라.
아이를 비추던 햇빛은 번져가고 있었어. 작았던 아이의 그림자는 더 작아지지 못한 체 더 큰 모서리에 스며들었지. 어쩌면 번져가던 것은 햇빛만이 아니었을지 몰라. 모난 끝을 위해 작았던 네모는 더욱더 커지기로 작정한 것 같았 거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파도가 흘러들어온다. 아니 흘러나가는 것일까? 흘러들어오고 나가는 물결의 움직임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흐르는 것일 테다. 의식하지 못한 체 눈을 감고 또 뜨는 것.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 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파도 같은 너의 입술에, 너의 젖가슴에 입을 맞추고 내 안에서 걷잡을 수 없이 움직이며 커져가는 너를 보며 잡지 못할 것을 잡으려 했었다. 그저 내일도 눈을 뜰 거란 막연한 안도감이 손 안에서 흘러나가는 너를 의식하지 못하게 했고, 그런 나를 보며 갈수록 커져가는 내 안의 모서리를 혐오했다. 그런 나의 모 남을, 그런 나의 모서리를.
나는 하나였지만 하나가 아니었고, 마찬가지로 다수는 나였지만 다수는 내가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런 나를 인정해달라며 자위하고 네게 소리치는 것뿐이었다. 위선으로 가득한 삶이 진실해지기를 바라며 눈을 감 았고, 진실로 가득한 삶이 위선으로 가득해지기를 바라며 눈을 뜨는 나날의 반복이었다.
단지 내가 바랐던 것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흰색 도화지였고, 그것은 아이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은 뜨고 있었지만 감고 살았다. 모래로 변해 흩어질 걸 알면서도 갈수록 모나지는 나를 보며 둥글어지고 싶어 했던 것 일 테다. 하지만 그런 바람은 망상이었고, 잡을 수 없는 것이었으며, 될 수 없음은 나에게 또 다른 혐오감을 낳았다. 나는 그저 순수함과, 돌아갈 수 없는 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것일 테지만 그것은 더욱더 나를 멀어지게 만들 뿐이었다. 앞서 말했던 눈은 뜨고 있지만 감고 있는 것, 잡을 수 없는 것, 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은 나 혼자만 가지고 있는 바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안의 모서리는, 내 안의 모남은 네모가 되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갈수록 더러워져가는, 추해져가는 내 안의 도화지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한동안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 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경계선과 혐오감 속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은 너무나 위험한 것임을 알았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정의 내려버리는 일이 얼마나 오만한 행위인지 알게 된 것일 테다. 나를 이루고 있는 근간은 추악함이고 더러움이고 혐오감이었지만 그 속에는 순수함과 아름다움, 깨끗함 역시 커져만 가는 혐오감의 모서리 끝에 있었기 때문일 테다.
다시 흰색 도화지가, 아이가 되고 싶어 했던 나는.
나를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음을, 너를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음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하나이 지만 하나가 아닌 것, 다수지만 다수가 아닌 것, 그 속에서 눈 감으려했던 것, 그것이 내가 네모를 통해 모서리를 통 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하나 둘 도화지에 채워진 그 네모들 위에 또 다른 모남으로 나의 모서리를 덮고자 하는 것이다. 비록 흰색 도화지로는 돌아갈 수 없을 테지만, 채워질 네모는 결국 또 다른 모서리의 하나라고 할지라 도 이러한 작업을 통해 나에게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일 테다. 마지막으로 비록 모나있지만, 언젠 가 채워질 나의 경계선에 대해, 그리고 역설적으로 모서리가 결국 모서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네모를 통해 네모 가 없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 테다.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린다의 반대말은 무엇이었을까. 그 반대말을 찾아 나는 수년간 헤매었다.
마치 장님과 같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었다.
볼 수 없음은 그저 반대말을 찾게 만들었다.
나는 반대의 반대 속에서 비틀리고 휘어져갔다. 비틀리고 휘어짐은 내게 낯설지 않은 것이었다. 흔들리고 있었던 것은 익숙함이었을지 모른다.
돌아가고 싶었다.
나는 그저 네게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렸던 그림자로, 그러나 가볍지는 않았던 때로 난 그저 돌아가고 싶었다.
어린 나는 더욱더 어려지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어리지 못한 나는 더욱더 어려지지 못했다. 모름을 동경하던 나날이었다.
흔들린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었다.
흔들리던 나는 더욱더 흔들리기로 작정한다.
아름다운 세상은 부분이었으니까
아름답지 못한 세상도 부분이었으니까
흔들리던 나는 반대의 반대 속에서 다시 반대를 찾기로 결심한다. 반대의 반대 속에서 반대를 찾지 않기로 결심한다.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돌아가고 싶지 않다.
흔들린다는 건 어쩌면
무너진 모래성을 다시 쌓을 수 있다는 말.
이제야 난 네게로 돌아갈 수 있다.
-제가 보는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름답지 못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삶이 있었고, 수많은 감정이 머물렀습니다.
저는 그저 순수한 날들을 살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러워져가는 저를 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어렸던 날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무심코 떨
어진 검은 잉크에 저는 어렸던 날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음으로 생긴 욕구 불만은 저에게 서 확장되어 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은 모나고 검은, 불투명한 것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직 그것만 보려 했습니다. 자위하기 위해 모든 어두운 면만 보려했습니다. 그럴수록 순수한 날들에 대한 그 리움도 커져만 갔습니다.
길을 지나가다가도, 뉴스를 보다가도, 데모와 노숙자, 폭력과 비방, 아이와 죽음, 질투와 거짓말. 모든 단어는 모나 기 시작했습니다. 삶이 모나기 시작했습니다. 추억은 후회로 변했고,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잔상으로 남기 시작했습니다. 오갈 데 없는 감정의 간극은 스스로를 망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졌을 때, 길가에 서있는 가로등은 문득 위안을 주었습니다. 어째서 난 이 가로 등에 위안을 얻었을까. 매일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빛을 밝히는 가로등, 어둠이 찾아오면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가 로등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겁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감정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 단어에, 세상에, 나와 타인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의문을 품 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것인 동시에 아름답지 못한 것. 저는 그것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양립 할 수 없는 것과 부분을 전체로 보는 일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순수한 날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가는 것, 그러나 그러한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대한 답을, 돌아갈 수 없음에 대한 반향을 찾으려 한 것입니다.
작가노트
모래사장에 작았던 아이가 있었어. 부드러운 햇빛, 조용히 앉아있던 아이는 작은 돌로 그보다 더 작은 네모를 그렸 지. 아직은 둥글었던 시간. 수평선 너머 빛나던 파도는 아이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저 멀리서 그쳐버렸어. 네 손이 내 몸에 닿았을 때, 둥글지만 둥글지 못했던 어두운 저녁은 어느 어두운 낮보다 더 아름다워지기 시작했지. 희미했던 것이 선명해진 걸까. 작았던 네모는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어.
바다 저 깊은 곳에 흘러들어간 빛을 따라 헤엄쳐 들어가 보았어. 어두운 곳을 밝히는 빛은 어쩌면 아름다운 것이었 을지 몰라. 더 추해지기 위해,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늘 네가 있었는지도 몰라.
아이를 비추던 햇빛은 번져가고 있었어. 작았던 아이의 그림자는 더 작아지지 못한 체 더 큰 모서리에 스며들었지. 어쩌면 번져가던 것은 햇빛만이 아니었을지 몰라. 모난 끝을 위해 작았던 네모는 더욱더 커지기로 작정한 것 같았 거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파도가 흘러들어온다. 아니 흘러나가는 것일까? 흘러들어오고 나가는 물결의 움직임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흐르는 것일 테다. 의식하지 못한 체 눈을 감고 또 뜨는 것.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 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파도 같은 너의 입술에, 너의 젖가슴에 입을 맞추고 내 안에서 걷잡을 수 없이 움직이며 커져가는 너를 보며 잡지 못할 것을 잡으려 했었다. 그저 내일도 눈을 뜰 거란 막연한 안도감이 손 안에서 흘러나가는 너를 의식하지 못하게 했고, 그런 나를 보며 갈수록 커져가는 내 안의 모서리를 혐오했다. 그런 나의 모 남을, 그런 나의 모서리를.
나는 하나였지만 하나가 아니었고, 마찬가지로 다수는 나였지만 다수는 내가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런 나를 인정해달라며 자위하고 네게 소리치는 것뿐이었다. 위선으로 가득한 삶이 진실해지기를 바라며 눈을 감 았고, 진실로 가득한 삶이 위선으로 가득해지기를 바라며 눈을 뜨는 나날의 반복이었다.
단지 내가 바랐던 것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흰색 도화지였고, 그것은 아이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은 뜨고 있었지만 감고 살았다. 모래로 변해 흩어질 걸 알면서도 갈수록 모나지는 나를 보며 둥글어지고 싶어 했던 것 일 테다. 하지만 그런 바람은 망상이었고, 잡을 수 없는 것이었으며, 될 수 없음은 나에게 또 다른 혐오감을 낳았다. 나는 그저 순수함과, 돌아갈 수 없는 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것일 테지만 그것은 더욱더 나를 멀어지게 만들 뿐이었다. 앞서 말했던 눈은 뜨고 있지만 감고 있는 것, 잡을 수 없는 것, 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은 나 혼자만 가지고 있는 바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안의 모서리는, 내 안의 모남은 네모가 되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갈수록 더러워져가는, 추해져가는 내 안의 도화지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한동안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 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경계선과 혐오감 속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은 너무나 위험한 것임을 알았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정의 내려버리는 일이 얼마나 오만한 행위인지 알게 된 것일 테다. 나를 이루고 있는 근간은 추악함이고 더러움이고 혐오감이었지만 그 속에는 순수함과 아름다움, 깨끗함 역시 커져만 가는 혐오감의 모서리 끝에 있었기 때문일 테다.
다시 흰색 도화지가, 아이가 되고 싶어 했던 나는.
나를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음을, 너를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음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하나이 지만 하나가 아닌 것, 다수지만 다수가 아닌 것, 그 속에서 눈 감으려했던 것, 그것이 내가 네모를 통해 모서리를 통 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하나 둘 도화지에 채워진 그 네모들 위에 또 다른 모남으로 나의 모서리를 덮고자 하는 것이다. 비록 흰색 도화지로는 돌아갈 수 없을 테지만, 채워질 네모는 결국 또 다른 모서리의 하나라고 할지라 도 이러한 작업을 통해 나에게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일 테다. 마지막으로 비록 모나있지만, 언젠 가 채워질 나의 경계선에 대해, 그리고 역설적으로 모서리가 결국 모서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네모를 통해 네모 가 없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