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날며 관망하는 새는 자유로움의 상징이다.
인간은 새의 자유로움을 동경하고 갈망하여 새를 뒤쫓는다.
새는 인간의 이상향이 된다. ‘이상향에 대한 추구’는 늘 신앙처럼 존재해 왔다.

새의 형상을 통해 인간의 꿈 이상을 보게 된다. 문제 상태에 있는 현세를 극복하려 하여 끝내 안식에 도달하거나 이상향을 현실화하려는 꿈 자체다. 이상향과 꿈을 바라보는 인간의 심리상태를 시각화하게 되었다.
그림에서 보이는 새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은 새를 완전히 마주보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새가면은 ‘어두운 현실 속에 있는 사람, 멀티 페르소나’를 상징한다.

나는 어려움이 있을 때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해서 나아지는 게 없다는 것을 느꼈다. 고민을 들어주는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하여 오히려 나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괴리감을 느낀다.
그런 괴리감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에도 같다. 좋아하는 사람의 기대에 부응할만한 나를 보여주려 하고 진정한 나 자신이 비춰질까봐 불안해한다. 새가면은 나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쓰는 동시에 또 다른 페르소나를 보인다. 타인을 마주하며 고착된 주체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체는 새와 다가가기 위해 좋아하는 새를 닮은 가면을 쓰고 변화하려 노력한다.

이상향인 새는 인간과 가까운 듯 멀리 있다. 현실이 이상향이 될 수 없듯 새와 가까워지지 못한다. 새와 내가 한 그림에 있는 것처럼 본인은 이상향의 세계를 갈망하는 현실에 있다는 점과 동시에 언제든 이상향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이고 있다.